[국제신문] 과학에세이-코닥과 IBM의 흥망성쇠 /김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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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392회 작성일 20-06-1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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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코닥과 IBM의 흥망성쇠 /김동섭
‘카카오의 시가총액이 현대자동차를 넘어섰다’는 뉴스가 마치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예견하는 듯 화제다. 시가총액은 기업 가치를 알리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그러나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면 주가는 물론 고용 창출과 자본 흐름을 통한 국민소득 증대 부문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현대자동차의 종업원 수는 6만9035명인 데 비해 카카오는 2716명에 불과하다. 올해 1분기 매출은 현대자동차가 25조3000억 원으로 카카오(8684억 원)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제조기업은 국가의 부와 고용 창출에 더 큰 기여를 한다. 현대자동차나 삼성그룹이 파산하면 카카오나 네이버가 무너지는 것에 비해 국가 재정이나 고용률은 훨씬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제조기업에 의한 소득 창출은 소비 진작을 활성화하는 중요한 인자이다. 수출 중심의 국내 제조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을 확보·유지하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사회적 취약계층이나 노동·인권문제 개선에 많은 고심을 하는 것처럼 제조기업에 대해서도 힘을 실어주는 정책이 더 많이 쏟아지길 기대한다.
제조기업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존하려면 파부침주(破釜沈舟)의 혁신이 필요하다. 두 개의 글로벌기업 흥망성쇠를 살펴보자. 코닥 (Eastman Kodak)은 1888년 창업해 지속적인 성장을 하다가 2012년 파산을 신청했다. 파산 전만 해도 코닥은 세계 최고의 필름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었다. 미국에서 수십 년 동안 가장 가고 싶은 직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975년에는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다. 당시에는 아날로그 필름이 코닥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변화에 둔감하던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는 너무 비싸고, 느리고, 작동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자신들이 개발한 신기술을 과소평가하고, 무시했으며, 심지어 소멸되기를 바랬다. 당시 디지털 영상기술과 특수 고분자·마이크로 장비의 특허 가치만 7000억 원대로 평가받던 코닥은 결국 새로운 트렌드에 귀를 기울이지 못해 파멸의 길로 들어섰다.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갈 준비를 하지 못한 결과다.
1911년에 창업한 IBM사도 100년이 넘도록 성장한 기업이다. 직접고용 인원만 35만 명에 달한다. IBM의 성장 배경에는 크게 4차례의 혁신이 있었다. 첫 번째는 1964년 ‘시스템 360’으로 일으킨 세계 최초의 메인 컴퓨터(main frame) 시대다. IBM은 이 대형 컴퓨팅 기술로 1969년 달 탐사 ‘아폴로 미션’ 등 많은 혁신적 과제들을 수행했다.
1981년에는 PC(personal computer)를 개발해 개인 컴퓨팅 시대를 열었다. 또 PC의 핵심 기술을 공개해 가정에 PC가 빠르게 확산하는데 기여했다. 1997년에는 컴퓨터 하드웨어의 상징인 IBM 이 IBM 서비스 전문회사로 변신했다. 2006년에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거듭나며 최초의 인공지능이라 할 수 있는 ‘IBM 왓슨’을 개발해 2011년 미국의 장학퀴즈인 Jeopardy쇼에서 역대 최고 챔피언들을 가볍게 물리치는 역사를 만들었다. 이제 IBM은 클라우드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변신을 꿈꾸고 있는 듯하다. 대기업은 큰 덩치 때문에 변화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혁신을 통해 지금도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업의 혁신과 변신은 리더의 몫이다. 미래를 읽고 전망을 제시하는 예지력(visionary mind)과 위험(risk)을 예측해 대비하는 유연성을 가진 리더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한편으론 제조기업을 향한 정부의 지원과 정책에 아쉬운 면이 많이 있다.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나라 제조기업의 흥망이 국가 발전에 크게 영향을 미치므로 정부 역시 정책 우선순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소통방식에서 한단계 더나아가 기업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유능한 인재들이 직접 정책 입안에 참여하는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미국의 주식시장은 종소리와 함께 시작하고 마감을 한다. 제조기업의 스마트 혁신은 국가의 고용과 부를 창출하는 시작의 종소리다.
유니스트 교수·경영공학부 학부장·4차산업혁명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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